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될 때면 생기는 당연한 감정이 어느 순간부터 질병으로 변모하기까지, 크리스토퍼 레인의 책 <만들어진 우울증>은 그러한 일련의 과정들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 수줍음은 프레젠테이션을 하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기도 하고, 또한 프레젠테이션을 망치게 되는 여러 요인 중 한가지이기도 하다. ‘다음번에는 더 잘해야지…….’라고 생각을 하고도, 다시 사람들 앞에 서면 떨리게 만드는 수줍음은, 누구에게나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줍음이 언제부터 치료가 필요한 으로 분류되게 된 것일까?


     <만들어진 우울증>책에서는, 1980,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개정한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이하 DSM)’에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이 경증 정신질환자로 분류된 것으로부터 수줍음의 병리화는 시작되었다고 얘기한다. 그 후, 몇 번의 개정을 거쳐 DSM4번째 판이 출간되었을 때는, 훨씬 많은 증상들이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등록되어 사람들은 자신이 정신질환자에 둘러싸여 사는 것은 아닐지, 혹시나 자신이 그 정신질환자인 것은 아닐지 걱정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책에서도 제시가 되었듯이,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할 부분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나 짧은 기간 동안 그리 많은 질병이 새로이 등록 되었는가’, 하는 것과 그렇게 많은 질병이 등록되어 이득을 보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과거, 미국에서는 정신의학계와 정신분석학계가 대립을 이루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을 중심으로 하는 정신분석학계에 대해 스피처 박사와 정신의학계는 정신분석의 모호함을 근거로 들며 정면으로 반박을 하게 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정신의학계가 점차 정신분석학계의 주장을 제압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신의학계가 주장한 의견들은, 오히려 정신분석이론 못지않게 애매한 경우가 많았다. 극단적으로 증상만을 가지고 병을 판별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에 따라 가벼운 증상마저도 정신질환의 증상이 되어버리곤 했던 것이다. 결국 자연히 DSM에는 새로운 병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이로인해 사람들이 병원을 찾는 횟수 또한 급증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병원을 찾게 되는 횟수가 늘자, 자연스레 이득을 보는 것은 제약회사가 되었다. 온갖 경증 정신질환에서부터 다른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제약회사들은 큰 대목을 맞은 듯 각 질환에 관련된 약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그에 대한 광고도 더 전략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사람들의 약 수요는 줄지 않았고, 제약회사들은 큰 수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사실 이들 약들 중 팍실, 프로작, 졸로프트 등 몇몇 약들은 이전에 이미 나왔던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의 효과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고, 심지어 팍실의 경우에는 복용자에게 미치는 부작용이 상당했다고 한다.

     

     결국, 팍실을 제조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이미 부작용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닉해온 책임으로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게 되었다. 그 뒤 글락소스미클라인측은 뉴욕 주에 90만 달러의 벌금을 물고 2000년 이후 모든 임상실험의 결과를 요약해 자사 웹사이트에 올리기로 한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읽고, 나는 인간은 환경에 지배받게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정신의학계에 의해, ‘내성적 성격수줍음DSM에 속속들이 정신질환으로 기재될 때, 분명 그 기재에 대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았으나 사람들은 단지 사회적으로 권위가 있는 사람들이 집필한 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DSM을 따랐던 경향이 있었다. 이는 인간이 환경에 지배받게 된다는 뜻으로, 주위의 사람들이 권위 있는 사람의 말을 따를 경우 자신도 그 말을 따르지 않을 때 느끼는 불안감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결국 그 행동을 따르게 되는 현상을 보여준다.

     

     <만들어진 우울증>책을 읽으면서,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인간의 감정을 병리화 시켜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정신의학계와 제약회사의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심도 있고 다양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어쩌면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도, 부당한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심리를 교묘히 이용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않을까.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