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을 정당화 할 수 있을까? 허생전, 그리고 내 생각
독점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그중 <허생전>에서 나오는 독점은 매점매석. 매점매석이란, 독점의 일종으로, 이윤을 목적으로 물자를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그 물자가 부족하여 가격이 올랐을 때 매각하여 폭리를 취하는 일이다. <허생전>에서 허생이 장사를 한다며 과일을 사재기 하고 후에 비싸게 팔아넘긴 행동이 바로 매점매석이다. 그러나 <허생전>을 읽어 보면 그 누구도 허생의 행동에 대해 비윤리적이라고 지적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다. 때마침 당시 조선시대에서는 매점매석이 전혀 문제될 이유가 없었다. 매점매석과 관련된 법적제도는 전무했고 소금, 철, 금과 같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물건이 아닌 이상 시장은 자율시장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법규가 있든 없던 매점매석은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 수요는 있으나 공급이 중단된 상태라면, 물건의 값은 자연히 상승할 것이고, 당연히 소비자들은 값이 상승하여도 필요한 물건이라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을 해야 할 것이다.
소설에 나오는 당시 사람들은 허생의 행위를 비윤리적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허생은 사재기로 벌어들인 돈을, 돈을 더 벌기위해서 추가적인 독점이나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사용 한 것이 아니라, 직접 여기저기 다니며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는데 사용 하였다. 또 많은 인원의 도적을 이끌고 무인도로 들어가, 그들을 교화 하고 하여금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백성들이 도적에 대한 걱정을 덜게 하였고, 도적들도 도둑질을 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되었다. 그 시대의 국가보다 더 훌륭한 일을 했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행위들로 허생의 매점매석에 대한 잘못을 덮어 줄 수 있을까?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민중들의 의식면에서 보면 허생의 행위는 ‘틀린’ 행위는 아니다. 그러나 현대적 시각으로 볼 경우 허생의 행위는 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 윤리에도 어긋난다. 만약 허생이 현대사회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허생은 법률 제 2798호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윤리에 앞서 법에도 걸리고 마는 것이다. 결국 허생은, <홍길동전>에서 홍길동은 의적이지만 실질적으로 ‘도둑질’이라는 범죄를 행한 것처럼, 그저 독점을 한 장사꾼으로 볼수 있다.
한편으로 허생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허생이 과일을 매점함으로써 사람들은 과일이 필요할 때 과일을 구하지 못하였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유교사상을 바탕으로 하였기에 조상에 대한 예의, 제사와 차례를 중요시 한다. 그러나 과일이 없어진 이상 제사나 차례를 지낼 수 없었을 것이다.
제사뿐만 아니라 물가 안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허생이 과일들을 시장에 유통시키지 않자, 자연히 과일에 대한 물가는 상승하였고, 후에 허생이 과일을 다시 판매할 때 상승한 과일 값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과일을 먹지 못하게 되는 일이 발생하였을 것이다. 물론 허생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그런 일을 한 것은 아니라지만, 그 과정에서부터 이미 피해자가 발생하다는 것은 좋지 못한 것 같다.
독점은 현대사회에도 존재한다. 국내 전기는 한국전력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 그 예시이다. 그밖에도 여러 기업이 시장에 독점을 하고 있으나 큰 문제는 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만약 기업이 이윤만을 추구하여 지나치게 가격을 올린다거나 할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그 물건이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생필품일 경우는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오늘날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 잘 되어있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윤리가 있듯 경제행위에도 윤리가 있다. 경제윤리란 경제 활동을 할 때 최소한의 도덕과 상식선을 지키고자 제시되는 가치 규범이다. 이러한 윤리를 지킬 때 비로소 건강한 경제활동이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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