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날며 공적들을 소탕하고 그 포상금으로 살아가는 주인공 포르코. 포르코라는 이름은 모르코라는 이름에 Pork(돼지)P를 따와서 붙인 게 아닌가 싶다. 뚱뚱한 사람을 비유해서 붙여진 돼지가 아닌, 말 그대로 동물 돼지의 형상을 하고 있는 주인공. 돼지는 포악하고, 더러울 것이라고 생각하던 평소 내 생각과는 정 반대로 그는 인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어떤 면에선 인간보다 낫다. 그는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 이상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고, 공격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직접적으로 다치지는 않게 싸우며 평소엔 하늘의 공적을 제압하며 지내니 말이다.


     포르코가 인간의 형상을 버리게 된 데에는 전쟁의 영향이 컸다. 참혹한 전쟁을 겪고, 전우를 잃은 그는 마침내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껴 자신을 돼지로 만들어 버리게 된다. 그런데 그는 왜 굳이 돼지가 되었을까. 1차 세계대전에서 에이스 파일럿으로 활약한 그가 독수리나 호랑이같이 충분히 멋진 동물도 많은데 스스로 돼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돼지야 말로 그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동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돼지는 기르기 쉽고 번식력이 좋으며 고기로 먹을 수 있고, 또 맹수처럼 사납지 않아서 예로부터 인간과 친밀한 동물이다. 이런 돼지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포르코의 성격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포상금을 노리고 하는 일이라지만 그는 공적을 소탕하고 다니며, 인질 으로 잡힌 사람을 구출해 준다. 그렇다고 그 위세를 과시하며 사람들을 피해 다니지 않고 그냥 유유히 거리로 다니며 인간들과도 친밀하게 지내는 듯 보인다.


     비록 돼지의 형상이지만, 포르코는 두 명의 여인에게 사랑받게 된다. 바로, 포르코의 옛 전우의 아내였던 지나와, 비행정 수리공의 손녀딸인 피오이다. 그런데 지나를 포르코의 과거로 본다면, 피오는 포르코의 새 비행정을 제작해 포르코를 다시 한 번 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미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둘 사이에 위치한 포르코는 과거 전쟁의 상처에 연연하여 포르코의 모습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보고 다시 한 번 일어서 모르코의 모습으로 살 것인가의 갈등상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포르코는 피오(미래)를 태운 비행정을 타고 지나(과거)가 사는 저택 근처로 운전하여 지나(과거)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인다음, 사라져 버린다. 이는 이제 포르코가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포르코는 미국에서 온 비행사 커티스와 내기를 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이 과거에 전쟁 때문에 느낀 인간에 대한 회의감과의 내적갈등으로, 피오를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은 자신의 미래를 걸고 내기를 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포르코가 커티스를 상대로 이기고, 마지막 장면에 커티스가 포르코에게 너 얼굴이 왜그래?”라고 묻는 것은, 포르코가 갈등 끝에 자신의 미래를 찾아가기 위해 돼지의 형상을 버리고 인간의 형상으로 변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붉은 돼지>영화는,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물론, 생각 없이 보더라도 재미와 감동을 주지만 생각을 하며 보면 볼수록 더 많은 재미와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하면, 피오가 밤새 포르코가 탈 새 비행정 설계도를 그렸을 때, 그 설계도면을 보고 포르코가 피오에게 비행기 제작을 맡긴 장면이다. 포르코로써는, 자신이 탈 비행정을 늘 비행정 제작을 하던 사람이 아닌, 피오에게 제작을 맡긴다는 것은 사고가 발생한다면 자신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상황이나, 그렇게나 자신있어하는 피오를 믿고, 과감히 피오에게 제작을 맡겼다는 부분에서 포르코의 그런 모습이 무모할 수도 있으나, 한편으론 멋있다고 느꼈었다.


     이 부분을 위에서 한 방식대로 해석해보면, 포르코는 준비가 잘 되어있는 자신의 미래에게 자신의 운명을 걸어본 셈이 된다. 그만큼 미래에 대해 자신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것 같다. 나 또한 미래에 대한 준비를 잘 해서, 그 미래에 내 운명을 걸 수 있도록 해야 겠다.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