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장애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장애인은 몸이 불편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깔려있어서, 대체로 장애인을 보는 시선에는 불쌍함, 안쓰러움, 연민 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편견이 담겨있는 시선은 곧 장애인에게 시선의 폭력으로 다가온다. 장애인을 당당히 독립된 인격체로서 존중하기 보다는, 어느새 위축되고 소극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취급하게 되는 것 이다.


     고백하자면, 나도 그랬다. 어딘가 불편하게 걷는 그들이, 때때로 거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다니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몸이 불편한 사람으로 보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보였다. TV에선 장애인이 비춰지며 후원을 부탁하는 방송을 하였다. 이러한 환경속에, 장애인에 대한 나의 시선 역시 연민과 동정만이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런 시선을 장애인들에게 보내지 않는다. 그들이 더 당당하고 활기있게 생활하기를 바라며, 힘있고 생기있는 눈빛으로 바라보게되었다. 행여나 그들이 불편하게 생각할까봐 금새 다른곳을 쳐다보지만, 나는 눈빛으로나마 그들에게 에너지를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나마 나의 에너지가 그들에게 전달되어, 그들이 더 당당하게 사회에 서는 데에 일조 했으면 좋겠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장애인에 대해 많이 낯설어 하고, 그들을 측은하게 여기고 있다. 사람들이 봤던 장애인의 모습은 특이한 행동을 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하고있는 모습이 많았을 것이다. 어쩌면 그 행동으로 인해 본인이 당황했거나 억울한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그러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그러나 장애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특수학교 사회복무요원 이었다.


     20147, 나는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4급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던 덕에 집 근처의 특수학교로 배치를 받았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기에, 특수학교에 대해 아는 것은 없었고 그저 몸이 불편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 정도로만 생각하고있었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다양한 연령이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행동 특이성도 전부 달랐다.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아이들, 폭력적인 아이들, 아무곳에나 실례를 하는 아이들까지...지금까지 살면서 보지 못했던 장면의 연속이었다.


     처음 몇 달간은 너무 힘들었다. 나와 비슷한 몸집인 아이의 기저귀를 갈고, 옷과 몸엔 아이들의 침, 음식물 등이 묻는 것이 일상이었으며 간혹 아이들에게 꼬집히고 맞았다. 주위에서는 학생들이 너가 어떤 사람인지 떠보느라 그렇다라고 말해주었지만, 솔직한 입장으로 너무나 미웠다. 그러나 활동보조인으로서 혹여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한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가 없었다. 퇴근 후 집에오면 진이 빠져서 바로 잠들어버릴만큼 나는 힘들어했었다.



     하지만 힘든 시기를 지나자, 아이들에 대한 나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한 사람으로서 아이들을 대하게 되었으며, 아이들이 하는 모든일에 도움을 주려 하지 않게되었다. 대신, 아이가 직접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있다가 잘못된방향으로 갈때만 도움을 주고 아이가 바른 행동을 하는 경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나의 태도가 변하자 아이들의 마음도 변한 것 같았다. 간단한 대화가 되는 아이들은 나와 대화하기를 좋아했으며 복도를 지나가면 꼭 먼저 인사를 해주었다. 몇 달간 마음에 생긴 응어리가 풀어진 순간이었다.


     특수학교 일이 어느정도 숙달되었을 때, 문득 이러한 의문이 들었다. ‘사회복지를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나는 지금 잘 하고있는걸까?’, ‘만약 내가 지금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아이에게 악영향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한번 시작된 의문은 내게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게 했고 결국 나는 그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채 사회복무요원 소집 해제를 하였다.


     그때 그 물음의 답을 나는 책을 읽으며 깨닫게 되었다. <사회복지사의 희망이야기> 장애파트에 인용된 여러 사회복지사 분들의 말씀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청지기 선생님의 장애인과 함께하는 사회복지사로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말씀에서 내가 느꼈던 의문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그 뒤로 다른 이야기에서 사회복지사라면 인간존중과 휴머니즘, 포기하지 않는 삶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해요라는 말씀을 읽고 해답을 찾아냈다.


     인간 존중과 포기하지 않는 삶, 어쩌면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 태도이지만 현실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운 수업과 짧았던 실습으로는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할 태도를 몸에 익히기 힘든 듯하다. 나는 운이 좋았던 셈이다. 특수학교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면서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 할 기본 덕목을 깨우칠 수 있었으니까.


     <사회복지사의 희망이야기>를 통해 사회복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 할 수 있었다. 사회복지사로서 가져야하는 태도와 마음가짐부터 실제 현장에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생각까지, 평소 알고싶었던 내용이었기도 하다. 무엇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어서 기뻤다.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