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비가내리다 그치다를 반복하던 늦은 저녁, 학교 주변에 위치한 작은 분식집을 찾았다. 내부의 공간은 작았지만, 인심은 무척 후했던 그 분식집은, 늦은시간까지 운영을 하시기에 종종 늦은 저녁이나 간식을 먹기 위해 방문하였던 분식집이었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도 있었던 분식집이니, 실제로는 더 오랜 시간 있었을것이라고 추측 된다. 벽에 스며든 기름 냄새와, 주방 벽에 묻은 검댕 얼룩은 그러한 세월을 증명하는 듯 했다.

     

     이미 저녁식사를 했던 나와 달리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던 여자친구는, 함께 먹자며 분식 1인분 세트와 오뎅 2개를 주문하였다. 나로서도 살짝 출출하던 참이었고, 이 분식집의 튀김을 내가 좋아하기에 흔쾌히 승낙하고 어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떡볶이, 순대, 오뎅, 튀김을 내어주시면서, 아주머니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셨다. “내일까지만 합니다.”

     

     ‘내일까지만 한다고?’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그날이 수요일이었으므로 내일이면 목요일일터, 그렇다면 내일인 목요일까지만 운영하고 금요일은 쉬신다는 말씀으로 이해하였다. 원래 주말은 쉬는 가게이겠거니, 이번 주는 목요일까지만 운영하고 금, , 일요일을 쉬시겠다는 의미로 이해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

     

     그러나 내 맞은편에 앉은 여자친구의 표정에서 이상함을 느끼는 순간, 아주머니는 말을 이어가셨다. “이제 그만해야지.”

     그때서야 나는 아주머니의 말씀을 이해했다. ‘, 주말하고 금요일을 쉬시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 가게를 그만 하신다는 말씀이신가.’ 가게내에 손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유독 그 순간만은 가게가 조용하게 느껴졌다. 튀김을 튀겼던 기름이 식는 소리만이 고요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잠시후 다른 손님이 방문하셨고, 아주머니는 분식집 입구의 매대로 가셔서 그 손님과 정겹게 대화를 하며 분주하게 몇 가지 음식을 조리하고 계셨다. 새로 오신 손님에게도 장사를 그만하게 되는 이야기를 주고받고 계셨고, 그 손님 역시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 아마 꽤나 오랜시간 이 분식집을 다녔던 단골이리라.

     여자친구는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옛날 일을 떠올리고 이야기했다. 특히 여자친구는 자주 왔던 분식집이라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혼자 밥을 먹기 애매한 상황이면 여기 분식집에서 먹었다고 했고, 종종 여자친구와 내가 가볍게 끼니를 해결하고 싶을때에 찾는 집이기도 했다.

     

     잠시후, 오셨던 손님이 가시고 아주머니는 다시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나와 여자친구는 조용히 음식을 먹고 있었다. 원래 많이 내어주시지만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이 나와있었다. 아마 마지막인 만큼 많이 주고 싶으셨을 것이다.

     아주머니는 혼잣말을 하시듯 조용하게 이야기를 꺼내셨다. “여기 건물을 헐거라고 하네. 빌라를 짓는다고 하더라고.” 음식을 먹으며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여자친구가 대답을 하였다. “아쉬우시겠어요.” 아주머니는 오래했으니 그만해도 되지 않겠냐며 허허 웃으셨지만, 웃음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분식집 앞 도로위로 그쳤던 비가 다시 내리고 있었다.

     

     대학가, 빌라를 짓기에는 좋은 입지일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 비난할 수 없거니와 비난할 생각도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고, 자신의 땅에 대해서 권리를 행사하는것에 대해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으니까. 다만 나의, 아니 어쩌면 나와 대학을 같이 다닌 모두의 정이 서려있는 곳이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는것이리라.

     

     계산을 하고, 심지어 마지막이라고 오뎅 값은 받지도 않으셨다가게를 나오면서 아주머니께 이젠 어디로 가시는지 여쭈어보았다. 지하철로 6~7역 떨어진 곳에서 백반집을 하신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덧붙여 이런 말씀도 해주셨다. “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겠지.”

     분식집을 빠져나와 바로 앞에 주차해놓았던 내 차에 올랐다. 시동을 켜고 분식집 앞을 지나쳐 골목을 빠져나갔다. 타이어가 지나가며 남긴 흔적을 빗방울이 빠르게 지워냈다. 아마 며칠 뒤면 이 골목을 지나도 분식집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매대 앞을 지나며 곁눈질로 어떤 메뉴가 있는지 살펴보고, 어떤 맛이 날지 상상해보며 걷는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다.

     

     아쉬운 마음에 룸미러를 슬쩍 보았다. 저 멀리 분식집에서 아직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이 보였다. 차 지붕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이 자동차 안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