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대체로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엄청나게 잘 되어있고, 스마트폰의 기술력 또한 좋아 언제든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네트워크로 공유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화질까지 좋으니, 더이상 다른 카메라가 필요할까?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이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사실 카메라를 산다고 하면, 특히 DSLR을 산다고 하면, '굳이 그렇게까지 살 필요가 있느냐' 라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차라리 산다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어떻냐고 묻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미러리스 카메라는 디자인도 이쁘고, 사진도 잘 나오고, 가볍기까지 한데 DSLR에 손이 간다니, 나도 참 이상한 고집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왜 카메라를 좋아하는지, 그중에서도 DSLR을 좋아하는지 스스로 정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내가 DSLR을 쓰게된 이유의 80%는 허세에서 출발한 것 같다"

     

     우선, 내가 DSLR을 쓰게 된 계기부터 돌아봐야겠다. 생각해보면 나는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형으로 인해 자연스레 카메라에 입문하게 된 것 같다. 이야기에 앞서 그 형에 대해 살짝 설명하자면, 그 형은 나와 유머코드도 맞고, 그러면서도 진지한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몸매는 말랐지만, 항상 자신의 덩치만한 가방을 등에 매고 다녔는데, 하루는 내가 그의 가방을 잠깐 들어줄 일이 생겼었다. 그런데 가방 무게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져서 내가 물었다.

     

     “가방이 왜이리 무거워요?”

     그러자 형이 대답했다.

     “카메라가 들어있어서 그래

     그래서 다시 물었다.

     “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다녀요? 상당히 무거울텐데?”

     

     그리고 나서 형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언제 어느순간을 담게 될지 몰라서. 순간은 지나치면 되돌릴 수 없잖아

     

     사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때엔, ‘어느순간이나 담으려면 폰 카메라가 더 편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그 뒤로, 그 형과 함께 다니다가 알게 모르게 사진이 필요한 순간이 생기면 어느샌가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 조용히 셔터를 누르는 형을 보고 나도 모르게 멋있다고 느끼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 결과물 또한 달랐다. 내가 폰으로 막 찍은 사진은 어딘가 흐트러져있었는데, 형이 차분하게 담은 사진은 정갈했다. 그때부터 느꼈다. ‘나도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고싶다

     

     그리고 나서 몇 달간 돈을 모은 뒤, 나의 첫 카메라를 가지고 무척이나 고민을 했다. 미러리스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지였지만, 뭐랄까 미러리스는 성에 차지 않았다. 뷰파인더를 통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자체에 무한한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DSLR만을 찾았다(물론 지금와서 그 허세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두 종류의 모델로 압축되었다. 캐논의 700D, 니콘의 D5300모델 중 고르면 되었다. 카메라를 잘 모르던 나는, 스펙적으로(화소수에서) 더 우위인 니콘 D5300모델을 선택했고, 그렇게 D5300 카메라의 유저가 되었다. 물론 요즈음에는 니콘의 더 상위기종으로 기변하고싶은 마음 때문에 힘들기도 하지만. 아직 첫 카메라에서 한 번도 기변을 하지 못한 헝그리 유저이지만, 아무튼 좋다. 카메라가 있고, 그 카메라로도 충분히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제 내가 뽑아본 DSLR의 장점 몇가지를 소개해 보려고 한다.

     


     무게감 : 사실 무게라고 하면, 몇몇사람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 할 수 있겠다. 뭐하러 무겁게 카메라를 매고 다니냐? 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기에, 뒤에 ‘-을 덧붙여서 무게와는 다른 느낌임을 미리 알려드린다.

     DSLR을 쓰는 사람들은 그 무게감 때문에 DSLR을 더 사용한다고 생각한다. 가볍게 손에 쥐고 찰카닥 찰카닥 찍는 폰 카메라와는 달리, DSLR은 사진 한 장을 찍어도 두 손으로 카메라를 든 뒤, 신중하게 셔터를 누르게 된다. 셔터음도 찰카닥 찰카닥 거리는 소리만 나는 것이 아니라, 기계적으로 카메라 내에서 부품들이 움직여서 나는 소리가 난다. 찰카닥 보다는 철컥에 더 가까운 소리가 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한 장 한 장을 찍을때면, 카메라의 무게감에 빠져들게 된다. 묵직한 손맛이 있다고나 할까나.

     

     셔터음 : 위에서 말하였듯, DSLR의 셔터음은 매력이 있다. 셔터를 누르는순간 손 끝에 느껴지는 기계적인 움직임이 있다. 그래서 나는 DSLR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DSLR의 소리가 따발총 같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실제로 연사모드로 돌려놓고 사진을 찍어보면 카메라의 셔터가 철컥거리는 소리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실제로도 이 셔터음에 반해서 DSLR에 입문하게 된 사람도 있다니, 생각보다 셔터음의 비중은 중요한 것 같다.

     

     뷰파인더 : DSLR에는 눈을 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이것을 뷰파인더라고 부르는데, 미러리스는 이러한 뷰파인더를 없앤 경우가 많다. 간혹 뷰파인더가 있는 모델들도 있지만, 대부분 전자식 뷰파인더를 탑재한 모델인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뷰파인더가 DSLR만큼 자연스럽게 보이지는 못한다. 나는 이 점이 너무 아쉬워서, DSLR을 선택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서브바디로 미러리스를 하나 들일까 생각도 했지만, 대체로 뷰파인더가 없기에 포기했다.(광학식 뷰파인더를 가진 모델도 몇가지 있었지만, 가격은 이미 서브바디 수준이 아니었다.)

     

      : 어쩌면 내게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DSLR을 매고 다니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나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렌즈가 길면 길수록, 렌즈 지름이 크면 클수록 나는 괜히 그 DSLR이 더 멋있어 보이곤 하였다. (사실 그래서 렌즈를 새로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크고 아름다운(?)놈으로...)

    결과적으로 겉멋이지만, 나는 이 부분을 포기하지 못하겠다. DSLR을 사용하면서 내 모습이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이고, 조금 더 나의 사진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생긴달까. 어느정도는 잘 나와 줄 것이라는, 그러한 매력에 빠져 DSLR을 고집하게 되는 것 같다.

     

     만약 주위의 누군가가 DSLR에 입문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면, 나는 적극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찍은 결과물 몇장을 보여주며, 카메라의 세계로 그 사람을 살살 꼬드길 것 같다.

     ‘사진을 한다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나는 사진을 취미로 하고 있다. 더 당당하게 남들에게 사진을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까지, 노력해야겠다. 사진 결과물로나, 겉으로 보이는 장비로나(!)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조합/ D5300 + Sigma 18-35mm렌즈/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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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