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 하기에 앞서, 아래의 시계가 보이시나요? 무슨시계냐구요? 네, 보시다싶이 수능 디데이 시계 입니다. 벌써 오늘(7월 20일)기준으로 수능이 119일이 조금 안남았네요. 그리고 지금 이순간에도 시계가 미친듯이 숫자를 갉아 먹고 있지요. 잠깐, 글을 읽기도 전에 시계가 줄어드는것을 보고 불편해서, 무서워서 못읽겠다구요? 수험생 괴롭히려고 쓴 글이냐구요? 그러지 말고 잠깐만 시간을 내어 주세요. 이 글은 그리 길지 않아요. 전부 읽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을것이랍니다. 5분정도만 투자를 해서 글을 읽어주시겠어요? 썩 나쁘지 않은 글일 테니까요. 서론이 길었네요. 시간이 없으니 빨리 시작해보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은 아마 2018년도 수능을 준비중이시거나, 혹은 수능을 준비하는 자녀, 지인을 둔 사람일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맞나요? 어쩌면 수능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으셔서 '수능'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했다가 이 블로그로 들어오게 되셨을지도 모르지요. 어떻게 수능을 준비하면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까 찾아보기도 하고, 그러다가 괜히 수능에 관한 이런글, 저런글을 찾아다니고, 인터넷 카페에서 수능 후기, 팁 같은것을 읽어보기도 하고 한창 수능에 대한 걱정반, 기대반으로 공부가 잘 되지 않을 시기이지요.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그런 글들을 찾아보게 되실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제가 수능시험을 본게 벌써 5년전 일이 되네요. 그 사이 교육과정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 수능 내용에 대해 제가 직접적인 조언을 드리는것은 어렵겠습니다. 오래 전 시험본 사람이 쓴 글이라 그냥 '뒤로가기'를 눌러버리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가졌던 마음가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어쩌면 더 좋은 마음가짐을 가지신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저로서는 이 마음가짐이 정말 좋았다고 생각되거든요.


     제가 20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쳤으니, 정말 세월이 빠르다고 느껴집니다. 13학번으로 대학교를 입학해서, 대학교 다니다가 군 복무 마치고, 다시 대학교 다니고....그러고 보니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이렇게 보면 시간이 금방 허망하게 가버린것 같지만, 자세히보면 그 시간은 전부 제가 했던 일들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결국 같은 시간이 주어진 상황에서, 대학을 다니던 직장에서 일을 하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흘러갔던것 이지요. 그 기간동안 즐거웠거나 괴로웠거나, 힘들었거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시간은 일정하게 흘렀습니다. 다만 시간이 빨랐는지 느렸는지는 스스로 뒤돌아보고서야 판단 할 수 있었지요. 


     수능시험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제가 13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할때, 당시 저는 수능 150일보다 적고 100일보다 많은 날짜를 세고있던 고3이었지요. 스스로 공부를 하는 시간도 있었지만 네이버 수만휘 카페에서 수능 후기, 수능 성적표 인증글 등등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점점 잦아졌습니다. 그들의 후기를 보면서 '아 나도 수능 끝나면 ~해야지'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마치 제가 수능을 끝낸 것 처럼 감격에 겨워하기도 했었죠. 하지만 컴퓨터를 끄고 나면 눈앞이 깜깜해졌죠. 아직 풀지 못한 문제집, 손도 못대겠다 싶은 몇몇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고, 그런것들을 보며 저는 불안에 떨어야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던 수능 후기글들은 저에게 마취제 같은 역할을 했었던것이였죠. 잠시나마 고통을 잊을 수 있게 해주었으니까요.


     수능 100일, 도저히 싱숭생숭해서 펜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괜히 벌써부터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몸을 사로잡았고, 그냥 대충 지금 모의고사 성적에 맞춰서 갈 수 있는 대학은 어디가 있을까 찾아보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너무 안쓰럽더군요. 100일이면 그렇게 짧은 기간은 아닌데 내가 너무 겁먹는것은 아닐까싶다가도 겨우 3달만에 얼마나 나아지겠어라는 생각에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하루는 공부를 놓고 놀아버렸습니다. 학교마치고 집에와서 먹고싶은것도 먹고, 보고싶은 인터넷도 보고 했더랬죠. 그리고 그날 밤 잠들기전, 자리에 누워서 생각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재밌게 놀아버렸다. 그렇게 또 하루가 갔구나. 이제 디데이에서 하루가 또 빠지겠네...' 그런데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오늘 하루 재밌었는데도 겨우 하루가 지났고, 어제는 두려움에 떨었는데도 하루밖에 안지났네. 생각해보면 즐거우나 두려우나 하루가 가는 속도는 똑같은것 아닌가? 나는 왜 하루하루 숫자가 줄어드는것에 벌벌 떨며 힘들어 하는걸까.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같은 시간이 흐른다면, 즐거운 상태로 하는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내가 괴로워 해도 즐거워 해도 하루는 간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저는 참 철학적이었던것 같습니다. 만약 지금 그러한 발견을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만 그때의 발견이 제게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제 생활에 힘을 주는 발견이 되었으니까요. 저는 그 뒤로 마음가짐을 고쳤습니다. 먼저, 숫자에 연연하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줄어드는 수능 디데이는, 오히려 제 공부에 견제를 하고있었으니까요. 어차피 제가 숫자를 세지 않더라도, 주위 친구들은 디데이를 외치고 다녔습니다. 저는 과감하게 연연하지 않기로 하고, 2012년 11월 8일, 날짜만 기억하기로 했었지요. 


     디데이에서 해방되자 불안감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불안감이 사라지자 오히려 차분하게 공부 할 수 있었지요. 나름대로 일정을 조절해가되, 불안감만을 느끼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0여일을 남기고서는, 오히려 흥미진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제 열흘만 더 하면 인생의 한 단락이 넘어간다. 잘 해보자'

     열심히 하였냐는 질문을 하신다면, 저는 '그렇다' 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살면서 가장 열심히 살았던 기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고, 때로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때의 저는 무척 용감했던것 같습니다. 수능 전날까지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웃었으니까요. 다들 "수능 전날에는 컨디션 조절을 위해 일찍 잠드는게 좋다"라고 하지만, 저는 그날도 3시까지 잠들지 못하였습니다. 조금만 더 하면, 조금만 더 할 수 있다면...하면서 문제를 풀었네요. 입가엔 내일에 대한 기대를 머금은채로 말이지요.


     그 후로 어떻게 되었냐구요? 결과는 괜찮았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고, 지금은 그 대학을 다니고 있거든요. 여러분도 충분히 가능할것입니다. 제가 해냈으니까요. 여러분은 원하는 바를 더 크게 이루실 수 있으실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을때, 처음에는 '수능 100일이 되는 8월 8일에 쓰자'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조금이라도 일찍 이 글을 써서 일찍 누군가가 읽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여유있게 공부 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써보았네요. 다른 한편으로 진작 못써서 미안하기도 하네요.

     글의 상단에 첨부했던 D-Day 카운터는 이제 잊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11월 16일에 있을 수능시험만 생각하고 달리기로 하자구요. 학교 다니느라 너무나 고생 많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모두들 기운내기를 바랍니다. 항상 저도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