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도 2학기, 학교에서 사회복지 과목을 공부할때, 학교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학교사회복지사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해당 과목에서 영화를 보고 영화에 대한 학교사회복지적 접근을 해보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 과제 결과물을 저장하고 공유하기 위해 본 블로그에 포스팅해본다.


     나는 느와르 영화를 좋아한다. 범죄와 폭력을 주제로 다루지만, 영화가 흘러갈수록 주인공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내적갈등을 하게 되는 영화, 그런 부류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번 과제로 선택한 영화도 한윤선 감독의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가 되었다. 


     영화 <18:우리들의 성장 느와르>에는 크게 두 종류의 학생이 등장한다. 학교에서 다른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소위 ‘노는’ 아이들이 한 무리 등장하고, 그러한 노는 아이들을 동경하며,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주인공이 노는 아이들과 겪는 일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마치 우리의 학창시절처럼 빠르게 전개된다. 주인공을 비롯한 학생들은 항상 뭉쳐서 다닌다. 그 소속감을 즐기면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신다. 자주 폭력을 행사하며,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갈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마치 그것을 통해서 멋을 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반항을 일삼는다. 




     그런데 이러한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던 나는 그 학생들로부터 하나의 공통점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그 공통점이란 바로 학교에서 그렇게나 기세등등하던 아이들이, 방과 후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인공 동도는 한부모가정의 아이로 부모님과의 관계는 비교적 좋았지만, 생계유지로 인해 바쁜 부모님 때문에 많은 관심을 받기는 어려웠고, 동철이 역시 형이 행하는 가정폭력으로 인해 집안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거웠다. 다른 친구의 경우에도, 그 친구의 집에 모여서 술을 마시고 흡연을 하는 장면에서 비록 집안은 부유했지만, 늦은 시간까지 부모님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 집에서 음주와 흡연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었다. 물론, 가정의 분위기가 문제 학생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 학생의 경우 가정의 분위기가 밝지 않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만약 이 영화에 나온 학생들에게 개입을 해야 된다면, 나는 무엇보다 동철에 대한 개입이 가장 시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친구들 역시 음주와 흡연, 폭력 등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기 정서적 발달 특성상 우울감과 남을 의식하는 특성, 그리고 청소년기는 또래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시기라는 점, 무엇보다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수도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철의 경우에는 그 수준이 많이 달랐다. 누구보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지만, 가정에서 그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친구들과 연희에게서 그 인정을 받기위해 노력했다. 


    그런 동철의 앞에, 친구들 사이에서 새롭게 인정받는 동도의 등장은 위기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비록 인정의 욕구를 완벽히 충족시킬 수는 없었어도 기존의 그룹을 통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그것조차 잃게 되자 동철이는 친구들과 갈등하게 되고, 결국 동도를 때려눕히게 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만약 동철이가 서툴더라도 자신의 고민을 학교사회복지사에게 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학교사회복지사가 아니더라도 주변에 그러한 고민을 상담할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영화는 조금 더 행복한 방향으로 결말을 맞이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장면을 보고도 나는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였다. 학교사회복지사로서, 만약 나에게 동철이와 같은 학생이 찾아온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운이 좋다면 다른 학생을 폭행하기 전의 동철이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동철이는 이미 학생을 폭행하고, 그로 인해 다른 어른의 손에 이끌려 ‘의뢰되어져’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럴 때 학교사회복지사는 어떻게 동철이를 대해야 할까. 동철이의 마음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하고,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환경의 피해자로서의 동철이를 케어해 줄 수 있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개입 또한 소홀히 할 수 없다. 


     생각해봐야할 문제는 무척 많다. 동철이의 충족되지 못한 욕구부터, 가난한 동철의 가정환경, 폭력적 성향의 형과 의기소침하여 형제를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아버지, 그리고 교복을 입고도 쉽게 흡연 할 수 있는 사회모습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서 취약한 모습이 드러난다. 따라서  나는 생태체계적 관점에서 동철이의 주변 환경을 분석하고, 다른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다양한 부분에 개입할 수 있는 사례관리적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동철이는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과 부족한 경험에 의해서, 정작 자신의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동철이에게는 강점관점에서도 접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동철이가 저지르는 문제행동에 집중하기 보다는, 동철이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곳으로 사용 할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한 사람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멤버십을, 고통을 참고 극복 할 수 있도록 탄력성을 키워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마치 나의 학창시절을 보는 것 같아서 쉽게 집중하고 몰입 할 수 있었다. 물론 학창시절의 나는 동철도, 동도도 아닌 대현이와 같은 아이였다. 노는 아이들의 무리를 동경하였지만, 그 아이들의 행동이 좋은 행동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떨어져 나오는, 천성적으로 재미없고 평범한 학생이었다. 가끔은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면 ‘공부는 조금 덜 하고 더 재밌게 놀아야지’라고 회상하지만, 만약 그때 놀았다면 지금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꿈에서 깨곤 한다.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다. 내가 대현이같은 아이라서, 더 나아가 나의 환경이 좋았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감사하고 살아야겠다. 




    Posted by 티엘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