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 체제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 물건이 있다면 바로 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건물보다도, 자동차보다도, 심지어 사람보다도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는 돈이지만 그 돈을 많이 가질수록 여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반대로 적게 가질수록 삶이 고단해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사용자에 비해 자본이 부족한 노동자들은 항상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으며, 그렇게 약자의 지위를 가진 채 살아간다. 


     그런데 이 약자의 그룹 내에서 또 약자가 존재하고 있으니, 바로 청소년들이다. 청소년들은 한 사람의 노동자로서 다른 노동자들과 동등한 지위로 존재하고 싶어도, 그들은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더 좋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더 위험한 일에 노출되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더 나쁜 처우를 겪게 되는 것일까. 책 <십대 밑바닥 노동>을 읽으며, 나는 그 원인을 고민해 보았다.  


     첫째, 나이가 가지는 영향력이 큰 한국사회의 특성상, 청소년들은 나이가 적다는 이유로 더 쉽게 하대를 받게 된다. 어른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어른에게 말대답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청소년은 고운 시선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은 부당한 것에 대해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며, 설사 부당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낸다 하더라도 이로 인해 다른 보복을 겪게 될 수도 있기에 차라리 소리 내지 않는 쪽을 택하고 만다. 결과적으로 청소년들은 위험하고, 좋지 못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둘째, 학교교육과정에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여, 청소년들은 노동자로서 어떠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인적 활동으로, 또는 인터넷을 통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해서 알고 이를 요구할 수 있는 청소년도 분명 존재하지만, 아직 노동자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요구할 수 있는 청소년의 수는 많지 않다. 만약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이 들어간다면,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고 주장 할 수 있는 청소년의 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일하는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인식이 올바르지 못하다. ‘바른 학생’이란 어떤 학생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공부를 잘하면 바른 학생인가? 교복을 깔끔하게 입으면 바른 학생인가? 무엇이 바른 학생이며, 왜 ‘일하는 청소년’은 바른 학생이라고 생각되어지지 못하는 것일까. 일하는 청소년은, 노동이라는 신성한 행위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소득을 올리고 시장경제에서 물건을 소비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나 이를 고운 시선으로 보는 어른은 많지 않다. ‘바른 학생’이라는 잣대 아래, 노동 청소년들은 어떻게 규정되어지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과거에나 현재에나 자본의 소유에 의해 생성되는 힘의 관계에서 청소년들은 항상 약자의 위치에 서있었다는 점이다. 청소년은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에 의지하여 생활을 하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아르바이트를 하여 고용주가 주는 월급에 의지하여 생활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생활이란, 개인의 문화생활, 취미에 대한 소비 그 이상으로서 의식주의 문제까지 포함 할 수 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도 만약 부모님이 용돈을 주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연스레 노동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하지만 자본의 소유에 따라 발생하는 권력관계 앞에서, 청소년은 너무나 나약한 존재이다. 최저시급이 노동자로서 기본으로 받아야 할 급여임에도 불구하고 최저시급을 쳐주는 업주가 청소년들에게는 ‘감사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들의 존엄성은 최저시급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분명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책으로, 또는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도 청소년의 노동 인권에 대한 문제점은 종종 다뤄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노동 환경은 쉽게 개선되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개선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어려서’, ‘학생 이니까’라는 말들로 포장된 청소년의 노동 활동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노동의 신성함을 배운다한들,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겪는 노동은 전혀 신성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몇몇 학부모들조차, 노동하는 청소년에게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다. 먼저, 청소년과 가장 가까운 그들의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이, 학생들이 노동시장에서 겪는 부조리함에 대해 알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른들과 힘을 합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다면 좋겠다. 누구보다 학교사회복지사라면,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소리 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노동자의 권리가, 그리고 청소년의 권리가, 더 나아가 노동하는 청소년의 권리가 하루 빨리 보장 되는 사회가 오기를 소망한다. 아무리 돈이 중요한 사회라지만 왜 우리는 돈을 벌기위해 죽을 듯이 일을 해야 하는가? 쉽게 벌고, 쉬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문제라도 되는 것처럼, 모두가 돈을 벌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있다. 


     상위 20퍼센트의 부자가 전체 부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면 20퍼센트의 부를 나누어 갖기 위해 나머지 80퍼센트의 사람들은 아등바등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 노동 청소년은 어떤 지위를 가질 수 있을까. 그 80퍼센트의 20퍼센트를 나누기 위한 싸움에, 노동 청소년들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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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티엘에이